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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틀었는데 두 회를 내리 봐버린 드라마가 있습니다. SBS 《재벌X형사》입니다.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된다는 설정이 처음엔 좀 억지스럽게 들렸는데, 막상 보니 안보현과 박지현의 티격태격 케미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설정은 판타지에 가깝지만 수치로 증명된 흥행은 분명히 실재했습니다. 최고 시청률 11.0%, 이게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는 걸 16부작을 다 보고 나서야 납득했습니다.

안보현·박지현 케미, 왜 이렇게 먹혔을까
드라마 용어로 '혐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혐관이란 처음에는 서로 못마땅해하고 반목하다가 점점 감정이 쌓여가는 관계를 가리키는데, 《재벌X형사》의 진이수(안보현)와 이강현(박지현)이 교과서적인 혐관 서사를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1회부터 보면서 느낀 건, 이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가 매우 계산된 리듬으로 편집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강현은 원칙과 증거 중심의 실력파 형사입니다. 정석 수사(by-the-book investigation), 즉 법적 절차와 현장 증거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그의 정체성입니다. 여기서 정석 수사란 감이나 인맥이 아닌 물증과 적법한 절차만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수사 방식을 말합니다. 반면 진이수는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이 대조가 매 에피소드마다 충돌을 만들어내고, 그 충돌에서 코미디가 터집니다.
실제로 방영 초반 콘텐츠 랭킹에서 드라마 부문 1위를 기록했고(출처: 나무위키 재벌X형사 항목), 첫 회 5.7%에서 2회 6.9%로 올라선 시청률 추이를 보면 초반 반응이 얼마나 빠르게 퍼졌는지 짐작이 갑니다. 제 경험상 케미 드라마는 2회 안에 시청자를 잡지 못하면 이탈이 많은데, 이 작품은 그 허들을 가뿐히 넘었습니다.
'FLEX 수사' 설정, 신선했지만 양날의 검이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벌이 형사가 된다는 설정에서 저는 막연히 "돈으로 해결하는 장면이 몇 번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는 그걸 아예 수사의 핵심 방법론으로 밀어붙입니다. 이른바 FLEX 수사라는 독자적인 구조입니다. FLEX 수사란 재벌의 자본력, 인적 네트워크, 최첨단 사설 장비를 형사 수사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일반 형사물에서 볼 수 없는 판타지적 돌파구를 제공합니다.
이 설정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영장 없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나 인물에게 이수가 돈과 인맥으로 먼저 도달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우엔 이 부분에서 동시에 불편함도 들었습니다. 수사극의 긴장감은 '어떻게 단서를 찾아내느냐'에서 나오는데, 자원이 무한한 주인공은 그 긴장을 너무 쉽게 해소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장르 용어로 이를 '덱스 에크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유사한 구조라고 부릅니다. 덱스 에크스 마키나란 이야기가 막힌 지점을 갑작스러운 외부 요인으로 해결해버리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재벌의 자원이 그 역할을 하다 보니,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개연성보다 편의성이 앞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실적인 범죄 수사극을 기대하고 틀었다면 실망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솔직히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설정의 강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형사물과 차별화된 신선한 전제: 재벌 자원을 수사에 투입하는 설정은 2024년 기준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시도였습니다.
- 코미디와 액션의 자연스러운 결합: 재벌이 형사 흉내를 내는 상황 자체에서 코믹 상황이 자동으로 생성됩니다.
- 장르 피로도 해소: 무거운 범죄 수사가 아닌 '재벌 판타지 수사'라는 포지셔닝이 부담 없는 시청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시청률 11%의 의미, 그리고 후반부의 아쉬움
최고 시청률 11.0%는 숫자만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2024년 지상파 드라마 환경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은 아무 작품이나 찍는 수치가 아닙니다.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이 수치는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 대비 우위를 점하며 SBS 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됐습니다(출처: 닐슨코리아 TV 시청률 측정). 제가 주목한 건 상승 곡선의 기울기입니다. 5.7%→6.9%→꾸준한 우상향이라는 패턴은 입소문 효과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가 후반부에서 실제로 느낀 건 '톤의 분열'이었습니다. 장르 드라마에서 '톤 시프트(Tone Shift)'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톤 시프트란 작품 전반에 유지되던 분위기가 중간부터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재벌X형사》는 전반부의 코믹하고 가벼운 질감이 이수의 가족사,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급격히 무거워집니다.
이 전환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앞서 10회가 넘도록 '가볍게 보는 재미'를 강조해온 탓에, 갑자기 무게가 실리는 감정 신(scene)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쏟아집니다. 솔직히 이건 제 경험상 꽤 자주 보이는 한국 드라마의 구조적 패턴이기도 합니다. 에피소드형 수사 구조로 초반을 채우고, 후반에 주인공의 서사적 비밀을 터뜨리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그래도 안보현이 감정 신에서 보여준 무게감은 예상보다 좋았고, 그 점은 인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벌X형사 몇 부작이고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24년 SBS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입니다. 방영 종료 후 SBS 공식 VOD 서비스와 주요 OTT 플랫폼에서 다시 보기가 가능하며, 정확한 서비스 제공 여부는 각 플랫폼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현실적인 수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이 부분은 기대치 조정이 필요합니다. 《재벌X형사》는 정석 수사의 절차적 긴장감보다 재벌 판타지와 캐릭터 케미에 무게 중심이 있습니다. 현실적 수사물을 원한다면 다소 허술하게 느껴질 수 있고, 가볍고 통쾌한 오락물로 접근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Q. 안보현이 코믹 연기를 처음 시도한 건가요?
A. 《재벌X형사》에서의 코믹 연기는 안보현의 필모그래피에서 이전과 확연히 다른 시도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철없는 재벌 3세라는 캐릭터를 과잉 없이 살렸다는 점에서 종영 이후에도 캐릭터 소화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Q. 시즌 2 제작 가능성은 있나요?
A. 시청률 11%와 긍정적인 시청자 반응을 고려하면 시즌 2 가능성이 제기되긴 했습니다. 다만 2025년 8월 기준으로 SBS 측의 공식 확정 발표는 확인되지 않으며, 최신 동향은 SBS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결론
《재벌X형사》는 처음부터 현실주의 수사극을 표방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를 평가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케미 중심의 캐릭터 드라마로 보면 안보현과 박지현의 조합은 기대 이상이었고, FLEX 수사라는 독특한 설정도 한 번쯤 시도할 만한 포맷이었습니다. 후반부 톤 시프트의 어색함은 분명한 약점이지만, 그걸 상쇄할 만큼 전반부의 흡입력이 강했습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무거운 범죄극이 아닌 '재벌이 주연인 코믹 수사 오락물'로 기대치를 설정하고 1화를 틀어보면, 2화까지는 자연스럽게 보게 됩니다. 그 이후는 본인의 취향이 결정할 문제입니다.